4장 인생경영, 인문고전으로 승부하라 1/2

문학 · 철학 · 역사에서 배우는 인생경영

이병철과 정주영의 공통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경상남도 의령과 강원도 통천에서 두 아이가 태어났다. 의령에서 태어난 아니는 재벌에 버금가는 부자를 아버지를 두었고 통천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한 소작농을 아버지로 두었다. 두 아이는 집안 환경만큼이나 성격도 극과 극을 달렸다. 마치 물과 불처럼 다른 두 사람에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1.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았다.

  2. 평생 인문고전을 애독했다.

  3.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가 되었다.

의령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곱 살 때 할아버지가 세운 서당인 문산정에 들어가 5년 동안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고백했다.

가장 감명을 받은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통천에서 태어난 아이도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할아버지가 세운 서당에 들어가 3년 동안 동양고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 이렇게 고백했다.

그때 배운 한문 글귀들의 전정한 의미는 자라면서 깨달았다.

그 한문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지식 밑천의 큰 부분이 되었다.

의령에서 태어난 아이는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통천에서 태어난 아이는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이다. 이병철의 인재경영『논어』에서 나왔고, 정주영의 의지경영『채근담』『대학』을 비롯한 여러 고전에서 나왔다.

회사를 세우는 이도, 회사를 이끄는 이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도, 회사의 고객이 되는 이도 인간이다. 즉 경영은 인간이다. 인문고전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특히 경영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이유는 인문고전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각 시대의 리더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은, 인간에 관한 최고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각 시대의 리더들은 문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철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역사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배움을 국가, 군대, 기업 등의 경영에 활용했다.

만일 당신이 이병철, 정주영 이상의 인문고전 독서가가 된다면, 회사 내에서 당신의 지위는 어떻게 바뀔까? 그리고 먼 후일 당신이 창업하게 될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인문학을 아는 자가 세상을 경영한다.

조선 최고의 군주 세종과 정조에게는 다음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병을 얻을까 걱정할 정도로 인문고전 독서에 광적으로 몰입했다.

  2. 왕과 신하들이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경연을 수시로 열어 국가경영의 지혜를 얻었다.

  3. 학자들이 인문고전을 깊이 연구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왕의 자문에 응하는 기관인 집현전규장각을 세웠다.

  4. 국가경영 능력이 인문고전 독서에서 비롯되었다고 고백했다.

거의 모든 인문고전을 완독했음에도 인문고전을 늘 옆에 두고 읽는 까닭은 독서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들이 정치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 세종

국가를 경영하는 근본은 뜻을 확립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뜻은 오직 고전을 읽음으로써만 확립할 수 있다. - 정조

조선 최고의 국가경영자 세종과 정조, 중국 최고의 국가경영자 당 태종, 일본 최고의 국가경영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공통점은 인문고전을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애독하면서 인문고전 저자 이상의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그 능력을 국가경영에 쏟아부었고, 각국 역사상 최고의 국가경영자가 되었다.

미국 피터 드러커와 유럽의 찰스 핸디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는 현대 경영학은 조지 마셜 → 하버드 경영 대학원 → 하버드 법학 대학원 → 알렉산더 대왕 → 아리스토텔레스 → 플라톤 → 소크라테스 →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로 연결된다. 현대 경영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철학, 즉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소크라테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모르고서는 피터 드러커나 찰스 핸디로 대표되는 현대 경영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피터 드러커와 찰스 핸디가 그랬듯이 문학, 역사, 철학 고전을 철저히 공부한 뒤에 경영학을 공부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경영인들을 매혹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경영이다. 경연은 인간을 움직여 변화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다스려야 한다. 인격의 한 부분이 성인의 경지에 올라서야 한다. 그래서 경영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회사를 업계 1위로 올리는 것이 경영이 아니다. 진정한 경영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행위다. 궁극적으로는 소크라테스처럼 공자처럼 노자처럼 시공을 초월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영원은 물질세계에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비물질세계,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등은 인류의 마음속에 영원에 가까운 세계를 세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진정한 경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들처럼 사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나(저자)는 인문고전 중에서도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플라톤의 대화편』, 손무의 『손자병법』, 공자의 『논어』가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영감과 지혜를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W.K.C.거스리는 『그리스 철학의 역사』에서 『플라톤의 대화편』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 초기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라케스』 『뤼시스』 『카르미데스』 『에우튀프론』 『소 히피아스』 『대 히피아스』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이온』

  • 중기

    『메논』 『파이돈』 『국가』 『향연』 『파이드로스』 『에우튀데모스』 『메넥세노스』 『크라튈로스』

  • 후기

    『파르메니데스』 『테아이테토스』 『소피스테스』 『정치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필레보스』 『법률』

이 대화편들에서 플라톤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언제나 소크라테스가 나올 뿐이다. 많은 연구가들은 플라톤은 초기 대화편에서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충실히 반영하다가 중기 대화편부터는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후기 대화편에 이르러서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철학세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짐 콜린스는 『포춘』에 선정 500대 기업에 오른 기업중 세 배 이상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열한 개 기업의 성장 비결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담아냈는데, 이에 따르면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시킨 경영자들은 모두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의 달인이었다.

앨런 워챌이 파산의 문턱에서 빛나는 실적을 올리기까지의 긴 여정을 출발할 때, 그는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거란 물음에 '모른다'라는 답을 하였다. 그는 이사들이 그에게 묻는 것보다 더 많은 질문을 이사들에게 던지는 몇 안 되는 대기업 CEO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경영팀에도 똑같은 접근 방법을 써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 짐 콜린스

유럽 경영학계의 대부 찰스 핸디도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짐 콜린스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플라톤이 말하는 소크라테스는 항상 질문을 던지면서 뒤에 숨은 근본적인 가정을 파고드는 위대한 심문자였다. 훗날 나는 '왜?'라는 질문을 서너 번 계속하면 결국 상대방의 동기(상대방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까지 포함하여)를 밝혀낼 수 있다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직접 방법을 활용했다. 이런 과정은 무척 소크라테스적인 발상이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중하게 진행되기만 하면, 하는 일 또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본 가정과 진정한 이유를 알아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 찰스 핸디

피터 드러커의 경영사상은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의 경영학 버전이다. 그는 『변화 리더의 조건』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진정한 마케팅은 '우리가 팔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고객이 구입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 루스벨트 대통령, 해리 트루먼 대통령

자동차가 대중교통 수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 아닌가? - 월리엄 듀랜트, 제너럴 모터스 창업자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

리드 칼리지 시절에 접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결정적인 힘이다. 리드 칼리지 시절 나는 동양고전에 푹 빠져 있었다. 서예 강좌 떄 배운 감각이 매킨토시와 아이팟 디자인 감각의 원천이 되었다.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질문자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안다고 믿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상대가 자신이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에 불과하며 사실 자신이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할 때까지 계속한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상대방의 무지를 깨우쳐준 뒤, 역시 질문법을 사용해 상대방을 진정한 앎의 세계로 이끈다.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은 진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경영의 성패는 경영자가 일의 본질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09년 도요타 차량 결함 사태는 경영진이 자신들이 하는 일의 본질은 고객이 아닌 이윤으로 잘못 파악한 사례이다. 반면 1993년에 시작된 삼성 신경영은 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건희는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파악한 일의 본질을 토대로 일의 특성을 추출해내자 그로부터 일의 핵심 성공 요인을 추려낼 수 있었고, 그 핵심 성공 요인에 관리 역량을 집중하자 사업의 성공이 저절로 따라오며 세계 삼류에서 초일류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경영인이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이상 가는 게 없다.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를 진정한 앎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데,

  1. 본질이 아닌 것을 본질로 알고 있는 사람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2. 그로 하여금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한다.

  3. 그 탐구 과정을 통해 진리의 세계에 이르도록 한다.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활용해 일의 본질을 파악한 경영자인 이건희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이 일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2. 이 일의 뿌리는 무엇인가?

  3. 이 일의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4. 이 일의 핵심기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이 일의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6. 이 일의 고객은 누구인가?

  7. 고객의 기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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